플러스하우스
건강하지 않게 오래 사는게 좋은가 본문
퇴행성 질환
정신없이 바쁜 세상에서 건강은 빠르게 소모되는 상품 같은 것입니다. 사람들은 바쁘다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말에는 거의 건강을 위한 신체 활동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너무 바쁜 일’ 때문에 건강을 위한 운동이나 건강 식이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너무나 바쁘다”라는 핑계로 장기적 건강은 나날이 좀 먹어 가고 있습니다. 밥 제거(Bob Seger)의 노래 가사가 시사하는 바 큽니다. 사람은 건강을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사람들은 건강이라는 화두를 뒤로 한 채 건강에 반하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심각한 퇴행성 질환에 맞닥뜨립니다. 퇴행성 질환의 특징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며 오래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앞 장에서 거론된 현대인의 3대 주요 사망 원인 질환인 심장병, 암, 뇌졸중도 퇴행성 질환입니다. 관절염, 당뇨병, 골다공증, 염증성 장질환, 알츠하이머병 및 파킨슨병도 만성 퇴행성 질환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만성 퇴행성 질환은 여생의 색깔을 변질시켜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이들 질환들은 장기간 지속되며 완벽한 치료가 어렵습니다. 만성 퇴행성 질환은 일종의 종신형 같은 것입니다. 암으로 부모를 잃은 가족,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친척 골다공증에 걸린 할머니나 이모, 혹은 당뇨병 때문에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사촌 등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흔히 목격합니다. 만성 퇴행성 질환은 인생을 마감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다가올 개연성이 있습니다.
건강하지 않게 오래 산다는 것
과학 기술은 지난 수 세기에 걸쳐 인간의 수명을 극적으로 연장시켰지만 장기적인 건강까지 보장해 주지 않았습니다. 17세기에는 30대 후반의 성인이 노인으로 간주되었고 100 년 전만 해도 50세 이상 생존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2002년, 남성은 77세, 여성은 79세의 평균 수명에 도달했습니다. 20세기 초 위생 개념의 강화 및 의학 발달(특히 항생제 발견) 덕분에 사망률이 급속히 줄어들자, 미국인의 평균 예상 수명은 거의 50%나 늘어났습니다. 20세기 말에 이르자 미국인 평균 예상 수명은 76.9세가 되었습니다. 이는 노인 사망률의 감소 덕분이었습니다. 20세기를 경과하며 75세까지 생존한 사람들의 숫자는 거의 세 배로 늘었고 85세까지 산 사람들은 6배로 폭증했습니다.
20세기 초, 65세 사람들은 12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20세기 후반에는 예상 기대 수명이 50% 증가했습니다. 21세기를 거치면서 사망률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며 예상 기대 수명도 더욱 높아져 족히 100세는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나 그보다 더 젊은 연령층 사람들은 현재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면 100세까지 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대 수명은 향후 10년 동안 해마다 1년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있습니다. 저명한 장수 의학자이자 노인 학자인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는 향후 20~25년 이내에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정지시키거나 역행시킬 수 있는 의학적 수단이 도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수명 연장은 실현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질병 등 건강 상 문제 때문에 고통스러운 여생을 보내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현재 천4백만 명이 넘는 65세 이상 미국 노인들이 심장병, 관절염, 당뇨병, 신경 퇴행성 질환 등 만성 질환 환자 들입니다. 미국 노인 가운데 한 가지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80%, 활동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퇴행성 질환 두 가지를 앓고 있는 노인이 50%에 이릅니다. 캐나다 노인은 다섯 명 중 네 명에 이릅니다. 만성 질환은 평생 동안 진행합니다. 만성 질환이 주요 사망 원인 리스트에 올라있는 이유는 바로 늘어난 수명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생활 방식이 주요 사망 원인 질환의 범인입니다. 수명 연장과 변화된 식생활이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의 배경이 된 것입니다.